2020. 9. 9. 23:43ㆍ작가의 글
지내다 한번쯤 생각이 날 때가 있어.
보통은 조금 힘겨운 날에.
당신의 그런날에도
나를 떠올릴까
감정을 말로 꺼내기 서툴렀던 나는
그리고 여전히 그런 나는
힘겨운 마음을 뚫어 흘려 보내지 못하고
견뎌내고 있는중이야.
더 많은 것들을 지고 있는 당신의 마음은 어떻게 견디고 있을까
부디
나보다는 더 좋은 방법이길 바래.
네번의 계절을 몇번이나 함께 보내었던 연인.
함께한 시간 보다 더 많은 시간이 흐른 뒤에야 비로소 우리는 사랑했던 그 때의 시간을 더 귀히 여기게 되었다.
혼자 점심을 먹으러 가던길에 몇년 만에 너에게서 연락이 왔다. 내가 있는 곳 근처라며 괜찮으면 밥을 먹자고.
반가웠다. 이 근처에 있었다는 것이 우연의 일치가 아니었다 할지라도 상관없었다.
한때 모든 역경을 거쳐가며 사랑했던 연인을 감정이 사라진 다음 만나는 것은 어떤 느낌일지 무엇보다도 나 자신의 반응이 궁금했다.
한번 나누었던 깊은 감정이라는 것은 무시 할 수 없나보다. 아니 깊은 감정을 나눌 만큼 나와 깊이 통하는 사람이었다는 것은 변할 수 없나보다. 긴 우리의 공백이 무색하게도 자연스러운 표정과 말투로 우리의 식사는 채워졌다.
여전히 진지하다가도 장난기 어린 표정과 특유의 능청스러운 말장난으로 날 웃게 하는 당신.
당신의 농담에 웃으며 명백하게 느낀 한가지는 이것이었다.
내가 이래서 당신을 좋아했구나!
실제로 그러했다. 최근에 만나 대화했던 그 어떤 누구 보다도 편안하고 유쾌함을 주는 상대였다. 나 스스로가 놀랄정도로 자연스러운 나의 마음들이 꾸밈없이 그에게 비춰지고 있었고, 나의 생각을 말함에 있어 전혀 그의 눈치를 살피지 않았다.
사랑의 감정이 사라진 후에 있는 그대로의 그를 보아도 매력적인 사람인것을 보면 나는 꽤 괜찮은 사람을 사랑했구나. 헤어지고 오늘 이전까지 나의 힘겨운 날들 속에 뜨문 뜨문 그를 떠올렸던 것이 전혀 아깝지가 않구나.
우리가 함께 했던 그때에 당신은 마냥 나에게 커다란 사람이었는데. 그래서 더 원망스러웠는데.
지금의 나는 그때의 당신보다 몇 살이나 더 먹은 사람이 되었다. 이제서야 나만 아니라 당신도 많이 어리고 서툴렀음을 너그러이 이해하게되었다.
서로의 심장을 갉아 먹듯이 하던 때로부터 몇년이 지나 함께한 식사자리는 색바랜 사랑의 꼬리잡기쯤이 아니었다.
조금더 어른이 된 당신과 내가 서로만이 기억하는 어린 당신과 나를 따뜻하게 마주하는 시간 이었다.
나를 사랑했던 그 시절이 인생에서 행복했던 시간이라 말해주는 사람아. 나 또한 우리의 헤어짐을 알지라도 처음 만난 그 때로 돌아간다면 그 때와 같은 미소로 당신을 바라보겠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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